지난 11월 29일 금요일, 나는 10개월의 길고도 짧은 우아한테크코스
라는 교육을 수료하게 되었다. 수료식을 마치고 한달이 지나서야 회고를 작성하지만, 늦던 빠르던 속도에 집중하지 않고 작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아쉬웠던 Level5 한달
level5는 자유의 시간이었다. 필수적으로 캠퍼스에 등교해야 하는 3-4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10시부터 18시까지의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6기에서 처음 도입된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 level5의 이런 방식은 장단점이 확실했다고 본다. 캠퍼스와의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는 등하교 시간 3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했다. 이는 9개월간 부족했던 수면시간을 보충하고 본래의 컨디션을 되찾는 것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점도 존재했다. 아무래도 너무 자유성이 보장되다 보니 캠퍼스에 있을 때와는 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 ‘난 꾸준해’ 스터디를 운영하였다. 준과 왼손에게 스터디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스터디원과 공유하고 논의를 통해 안정적인 스터디 운영 방식이 자리잡혔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총 8명의 스터디원들이 조금은 시간을 허투로 사용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캠퍼스에 등하교를 했을 때 보다는 공부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나는 느꼈다. 오전에 최소 한 시간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오후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하루도 많았다. 이런 하루가 존재했던 이유는 level4에 들어서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기 때문도 있다.
회복의 시간
11월은 내 짧고도 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Top2에 들어갈 한달이었다. 내 자신에 대한 실망과 무기력함, 모든 일들에 대한 의욕 저하, 나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자책 등.. 부정적인 감정이란 감정들을 정말 많이 느끼며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지금와서 왜 그런 감정이 들었을까 생각을 해보자면..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그간 해왔던 것들에 대해 난 뭘 했던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도 있고.. 열심히 했었던 일임에도 결국은 사라지고 남는게 없어져 버렸다는 상실의 감정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남들과 비교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도 있는 것 같다.
Level4가 끝나갈 즈음 현재 나의 감정 상태를 어느정도 파악했고, level5에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며 이런 감정들이 빵!하고 터졌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회복하고자 하루 하루를 천천히. 잔잔하게 보내고자 노력했다. 나는 나 자신이 자가 회복력이 좀 있다고 평가하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 나의 상태를 알고 계속해서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9개월간 쌓았던 것들을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꽤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회복을 위해 어떤 하루는 의미없이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어떤 하루는 나가서 새하얀 눈을 밟으며 힐링하기도 했다. 또, 어떤 하루는 책을 읽으며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천천히 보내며 나의 페이스를 점차 찾으며 보냈다. 그렇게 11월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11월을 보낸 것에 대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고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열심히 하며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회복 기간을 갖지 않고 또 뛰려고 한다면 금세 넘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11월에는 캠퍼스에 거의 등교하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잘 만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같은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개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당시의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남아있긴 하지만, 정말 많이 극복한 상태이다.)
level5때 캠퍼스를 거의 나가지 않아, 크루들과의 마지막을 즐겁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굉장히 아쉽다. 그 전까지는 아쉬움이 남지 않았는데, 수료식을 진행하고 구왼조 사람들과 뒷풀이를 마치고 집 오는 길에 너무나도 아쉬운 감정이 많이 들더라..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어찌하겠는가.. 내가 선택한 일이니 감수해야지 뭐.
그렇게 level5인 11월을 회복 기간으로 잡으며 천천히 재활을 해 나갔다. 그 덕분에 12월에는 조금씩 조금씩.. 해야 할 일들을 11월보다는 진행할 수 있었다.
수료식
수료식은 사실 크게 진행된 일은 없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놀고.. 점심 먹고, 회고하고.. 수료증 받고 사진찍고 사진찍고 단체사진 찍고 또 사진 찍고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사실 수료식을 진행하면서는 우테코가 끝났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캠퍼스 나온 느낌?
아, 그리고 수료식이 난 졸업식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졸업식 같은 건데 다들 꽃 하나 정도는 받으면 기분 좋지 않을까~? 싶어서 구왼조 사람들과 행동대장 프론트엔드 팀원들에게 비누꽃 한송이를 나눠줬다. (백엔드도 같이 수료식하는 줄 모르고.. 행동대장 프론트엔드만 꽃 챙겨줬는데.. 미안합니다 백엔드 팀원들…🥲) 꽃 주는데 웨디가 울어줘서 기분 좋았다(?) ㅎ.. 약간 뭐라 해야 할까.. 내가 준비한 것으로 인해 감동받아서 훌찌럭 해줘서 뿌듯했달까. (웨디 미안.)
수료식 끝나고 구왼조와 월하 집에서 수료 파티를 했다. level2 종료하고 이번에 2번째로 오는데 기분이 참 묘~ 했다. 여길 이제 끝나고 오다니.. 라는 감정도 들고.. 그럼에도 그때랑 똑같이 철없이 노는게 행복하기도 했다.
우테코를 수료했다는 실감은 혼자 집가는 버스에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노래 들으면서 창 밖을 보며 집을 가는데, 더이상 이 사람들과 다같이 모여서 보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학생처럼 지내는 날도 이게 마지막이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 쿨찌럭 하면서ㅋㅎ 집에 갔다.
우테코를 수료하며
2024년 한 해를 표현하자면 우아한테크코스
이다. 그만큼, 우테코는 내 그간의 삶에서 짧지만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힘들고 아프고 기뻤던. 긍정과 부정의 양가 감정을 모두 극단적으로 느끼게 해주었으며, 개발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성장을 정말 많이 하게 해준 교육이다. 대학교 5년의 시간보다 우테코 10개월동안의 성장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우테코가 10개월이라는 타 교육보다는 길지만, 교육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빠른 10개월을 보냈기에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어서 굉장히 많이 지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에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한번에 많이 만나서 이 힘들었던 시간을 버티며 마칠 수 있었다.
우테코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겠다. (feat. 몰입, 도둑맞은 집중력)
요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의 삶. 그리고 24년을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다시 독서를 진행하면서 나의 망가진 집중력을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며 집중력이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을 정말 많이 느낀다. 이런 이유가 지속적으로 집중력을 방해받는 생활과 빠르게 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했던 감정들 때문이었구나를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테코의 10개월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 10개월이 이전에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지식들을 욱여넣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와서 되돌아보니 그런게 아니었던 것 같다. 10개월동안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개발에 몰입해보고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한 수련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이제야 깨달았고 지난 10개월을 그저 빠르게 지식을 욱여넣고 개발을 쳐내기 위한 시간으로만 사용했다. 그래서 위에서 한탄했던.. 수료 할 즈음.. 지쳐버렸던 것이다.
2025년은!
그래서 2025년은 빠르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몰입하고자 하는 것, 단 하나만 집중하고 몰입하며 보내 보고자 한다. 그렇게 보내다보면 내가 몰입할 수 있으면서 수익도 발생하는 환경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간 급하게만 살아왔던 삶. 앞으로 조금 천천히 몰입하며 집중력을 찾아보자. 그리고 이 시간동안 그때는 하지 못했던 우테코에서 배웠던 학습과 몰입의 방법들을 적용해보고자 한다.
안녕, 우테코
작년 프리코스 기간부터 올해 2월부터 11월, 그리고 수료를 마친 지금 12월까지 나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우테코.
우테코를 다니는 10개월이 나 자신에 대한 벽에 처음 부딪히고 이 벽을 부수며 나아가는 것이 힘든 과정이었다. 그리고 수료한 앞으로도 벽을 부수는 건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테코를 다니며 개발만 배운게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알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넘어지고 부딪히더라도 주저앉아 포기하지 않도록 성장시켜준 이 우테코를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사람도 경험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진짜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안녕, 우테코!
우아한테크코스 6기 크루 및 코치님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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